형사미필적 고의 확정적 고의와 과실 사이에서 형사책임이 갈리는 핵심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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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에서 자주 등장하지만 일반인에게는 가장 오해되기 쉬운 개념 중 하나가 바로 미필적 고의입니다. 많은 분들이 “일부러 한 것은 아니지만 위험한 줄은 알았다”, “죽이려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했다”, “결과를 예상했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되겠느냐고 생각했다”는 식의 설명을 합니다.
그러나 형법상 미필적 고의는 단순한 부주의나 막연한 예견만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현행 형법 제13조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은 이를 기초로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뿐 아니라 그 결과 발생의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미필적 고의는 고의와 과실을 가르는 경계선에 있는 개념이면서도, 실제 재판에서는 살인죄·상해치사죄·무고죄·표시광고법 위반 등 매우 다양한 범죄의 성립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판단 기준입니다.1. 미필적 고의의 개념과 법적 의미
미필적 고의란 결과 발생이 확실하다고까지 인식한 것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행위로 일정한 범죄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그 위험을 받아들이고 행위를 계속하는 심리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반드시 그렇게 되라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되어도 어쩔 수 없다고 여기고 행동한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미필적 고의에 관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확실한 경우라 하더라도 행위자가 그 가능성을 인식하고 나아가 결과 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으면 족하다고 보아 왔습니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 74 판결 참조). 이는 결과를 적극적으로 의도한 확정적 고의와는 다르지만, 결과 발생 가능성을 알면서도 이를 감수하고 행동하였다는 점에서 단순한 과실과는 본질적으로 구별됩니다.
현행 형법은 미필적 고의를 별도의 조문으로 정의하고 있지는 않지만, 형법 제13조의 고의 일반 규정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판례법리에 의해 그 개념이 정립되어 왔습니다.
즉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벌할 수 없으므로, 반대로 말하면 구성요건적 결과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용인한 경우에는 고의범 성립 가능성이 열리게 됩니다. 이 때문에 미필적 고의는 형법총론상 주관적 구성요건의 문제이자, 범죄의 성립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다루어집니다.2. 미필적 고의와 인식 있는 과실의 차이
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미필적 고의와 인식 있는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을 어떻게 구별하느냐입니다. 대법원은 이 구별 기준을 매우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즉 미필적 고의는 범죄사실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에 더하여, 그 결과 발생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어야 하지만, 과실은 결과 발생을 예견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을 회피하거나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믿고 행위한 경우를 말합니다.
다시 말해 “그럴 수도 있지만 상관없다”는 태도라면 미필적 고의의 방향이고,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거나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려 했다”는 쪽이라면 과실의 영역으로 기울게 됩니다.
대법원 2004도74 판결은 미필적 고의의 요건과 판단 방법을 설명하면서,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단순히 피고인의 주관적 진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 상황 등 구체적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라면 해당 결과 발생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까지 고려하여 행위자의 심리상태를 추인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는 법원이 “피고인이 아니라고 하니까 고의가 없다”거나 반대로 “위험했으니 무조건 고의다”라고 단순 판단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결국 미필적 고의와 인식 있는 과실의 구별은 심리상태의 직접증명이 어려운 만큼, 객관적 정황을 통해 정교하게 추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3. 미필적 고의는 어떤 방식으로 판단되는가
형사재판에서 사람의 마음속 상태를 직접 볼 수는 없기 때문에, 미필적 고의의 인정 여부는 대부분 정황증거에 의해 판단됩니다.
대법원은 반복해서, 행위자의 진술보다 공격 방법, 도구의 성질, 행위의 강도와 반복성, 피해 부위, 사건 전후 태도, 결과 발생 가능성의 크기, 사고 방지 조치의 유무 등을 종합해 심리상태를 추인해야 한다고 보아 왔습니다.
예컨대 살인 사건에서는 흉기의 종류와 사용 방법, 공격 부위가 생명과 직결되는지, 공격이 일회적인지 반복적인지, 피해자가 이미 심각하게 쇠약해진 상태였는지 등이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됩니다.
이러한 법리는 살인죄에서 특히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대법원은 살인죄에서의 고의는 반드시 살해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타인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예견하면 족하며, 그 인식이나 예견이 불확정적인 것이더라도 미필적 고의로 살인의 범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해 왔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주장하더라도, 객관적 사정상 사망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공격을 계속하였다면 법원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4. 살인죄에서 미필적 고의가 문제 되는 이유
미필적 고의가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분야는 단연 살인죄와 상해치사죄의 경계입니다.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살해를 의도했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사건에서는, 결국 사망 결과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 아니면 상해의 고의만 있었는지가 죄명을 갈라놓게 됩니다.
대법원은 살인의 고의 유무를 판단할 때 범행의 동기, 경위, 사용된 흉기의 유무와 용법, 공격 부위와 반복성, 사망 결과 발생 가능성의 정도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즉 단순히 “죽이려고 했다”는 말이 있었는지 없는지보다, 실제 행위가 생명침해를 감수한 수준이었는지가 본질입니다.
예컨대 대법원은 장기간의 폭행과 가혹행위 끝에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위중한 상태를 잘 알면서도 계속해서 배를 차거나 밟는 등 폭행에 가담한 사정을 들어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가능성 또는 위험성을 인식·예견하였고, 나아가 그 결과를 용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였습니다.
이는 미필적 고의가 결코 순간적인 흥분 상태에서의 칼부림 같은 전형적 살인사건에서만 문제 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된 폭행과 방치, 집단적 가혹행위 사건에서도 폭넓게 문제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5. 부작위에 의한 미필적 고의 성립 여부
미필적 고의는 작위범뿐 아니라 부작위범에서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대법원은 세월호 선장 사건에서 선장이 자신의 부작위로 승객 등이 사망할 수 있음을 예견하고도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에서 구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보아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였습니다(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5도680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판결은 미필적 고의가 “직접 때리거나 찌르는 적극적 행위”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요구되는 구조행위나 보호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사망 결과를 감수한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한 사례입니다.
이 판례가 중요한 이유는, 미필적 고의 판단이 단지 물리적 공격행위의 위험성만 보는 것이 아니라 행위자가 지위와 의무를 가진 상황에서 결과를 막을 수 있었는지, 그럼에도 왜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는지까지 함께 본다는 점에 있습니다.
즉 결과 발생을 방지할 법적 의무가 있는 사람이 그 결과를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구조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단순 과실을 넘어 미필적 고의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의료, 산업안전, 재난대응, 아동보호 사건에서도 매우 중요한 법리입니다.6. 미필적 고의는 살인죄에만 적용되는가
미필적 고의는 형법총론상의 일반 법리이므로, 원칙적으로 고의범 전반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무고죄에 있어서도 확정적 고의를 요하지 않고 미필적 고의로 충분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신고자가 신고 내용이 진실하다는 확신 없는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무고죄가 성립할 수 있으며, 신고 사실이 허위라는 점을 확정적으로 인식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는 미필적 고의가 생명·신체범죄에만 국한된 개념이 아니라 명예, 사법질서, 경제질서 관련 범죄에도 폭넓게 적용된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또한 대법원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에서도 미필적 고의 판단 기준을 같은 방식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즉 범죄사실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그 위험의 용인이 있어야 하고, 그 인정 여부는 외부에 드러난 행위의 형태와 구체적 사정을 토대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기업 광고, 제품 표시, 환경오염, 산업안전 등 경제 형사 영역에서도 미필적 고의가 실질적인 쟁점이 된다는 뜻입니다.7. 미필적 고의가 쉽게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실무상 반드시 유의해야 할 점은, 위험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은 대구지하철 화재사고 이후 현장 청소 작업을 지시한 사안에서, 그 작업으로 인해 증거인멸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했다고 볼 여지가 있더라도, 그 결과 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아 미필적 고의를 쉽게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폐수 배출 사건에서도 단순히 결과 발생 가능성을 알았다는 사정만으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한 사례가 존재합니다. 결국 미필적 고의는 결과 위험의 인식만이 아니라, 그 결과를 감수한 태도까지 입증되어야 하므로 결코 자동적으로 추정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이 점은 피고인 방어 측면에서도 행위 당시 결과 발생을 진지하게 회피하려 했는지, 안전장치를 두었는지, 결과 발생 가능성을 낮게 평가할 만한 합리적 사정이 있었는지, 사후에 구조나 복구를 위해 적극적으로 조치하였는지 등은 미필적 고의를 부정하는 방향의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즉 법원은 위험한 상황이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바라본 행위자의 태도 전체를 평가합니다.8. 미필적 고의 판단에서 자주 보는 요소들
실무적으로 미필적 고의 여부를 검토할 때 자주 문제 되는 요소는 비교적 정리되어 있습니다.
첫째, 결과 발생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얼마나 컸는가입니다. 결과가 매우 중대하고 예견이 쉬운 상황일수록 미필적 고의를 추인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둘째, 행위자가 그 위험을 구체적으로 인식했는가입니다. 반복 경고를 받았는지, 현장을 직접 봤는지, 피해자의 상태를 알고 있었는지 등이 중요합니다.
셋째, 그럼에도 행위를 멈추지 않았는가 또는 방지조치를 하지 않았는가입니다. 넷째, 행위 태양이 결과를 사실상 감수한 수준이었는가입니다. 흉기의 선택, 공격 부위, 폭행의 지속성, 구조의무 위반 등이 대표적입니다. 대법원 판례들은 바로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하여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거나 부정해 왔습니다.9. 미필적 고의 사건에서 변론의 핵심
미필적 고의가 문제 되는 사건에서는 단순히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왜 결과를 용인한 것이 아니라 단지 예견하지 못했거나, 예견했더라도 회피 가능하다고 믿었는지를 구체적 사실관계로 설명해야 합니다.
반대로 검사는 결과 발생 가능성의 크기, 피고인의 사전 인식, 행위의 반복성과 위험성, 사후 무관심 등을 통해 “결과를 감수했다”는 점을 입증하려고 할 것입니다. 결국 이 쟁점은 주관적 상태를 둘러싼 다툼이지만, 실제 재판은 철저히 객관적 정황의 조합을 통해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미필적 고의는 형법상 고의 개념의 핵심이자, 고의범과 과실범, 살인과 상해치사, 무고와 오신고, 적극적 범행과 위험한 방치 사이를 가르는 결정적 기준입니다. 형법 제13조는 구성요건적 사실의 인식 없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대법원은 이를 토대로 결과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결과 발생 위험의 용인이 있을 때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 왔습니다.
다만 위험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항상 미필적 고의가 되는 것은 아니며, 구체적 사안에서 행위 태양, 위험의 크기, 인식 가능성, 방지조치 여부, 사건 전후 정황을 종합하여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합니다. 결국 미필적 고의는 단순한 이론 문제가 아니라, 실제 사건에서 죄명과 형량, 나아가 유무죄 자체를 바꾸는 매우 실질적인 법리라고 보아야 합니다.

